여자의 일생 - 2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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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조각구름이 두둥실 떠 다니고 한낮의 태양은 뜨겁기만 한데




먼지나는 비포장길 위에는 서로 조금의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이 힘없이 걸어간다. 




과수원으로 돌아오는 세미와 경일은 아무런 표정이나 말도 없었으며




불과 이틀만에 돌아오는 길이지만 마치 수년이 걸린 듯 지친 얼굴들이다.




“저..저어........오 빠~ ”




“으응~ 세미야.....”




“우리......잠시 쉬었다 갈래? 할 말도 있구...”




세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먼 산 계곡으로 눈을 돌리며 긴 한숨을 쉬며




모든 아픔들을 작은 가슴에 혼자 지고 가려는 구도자의 얼굴처럼 몹시 진지하다.




“오빠....... 이틀 동안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지?”




“무..무슨 소리야...... 내가 오빤데..... 다..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지....”




세미는 길가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더니 뾰족이 튀어나온 풀잎 의미없이 뜯는다.




“저어......하..할아버지가 물으시면............우리 가족들.....모두..... 잘 있다고 해 줄래?”




“세...세미....너어~ 그..그럼.......할아버지께..... 거..거짓말을? ”




대답없이 미소만 짓는 세미,




그러나 그 미소 뒤에는 수많은 아픔들이 서려 있는 듯이 보였다.




“할아버진.........이제 너무 늙으셨어.......”




“그렇다고.......너어.........”




“오빠~ 부탁이야........ 제..제발 그렇게 해 줘.....응?”




경일은 한동안 세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으음~ 할아버지가... 왜..... 왜 널 그렇게 좋아하시는지 이제 알겠구나.....흐으~”




발끝아래 들풀들만 말없이 쥐어뜯는 세미의 눈가에는 어느덧 이슬이 맺혀온다.






“흐흣......오...오빠...................... 사...사...사 랑 해~ ”




어렵사리 그 한마디를 내 뱉은 세미는 부끄러운지 벌떡 일어나더니 




오던 길을 몇 걸음 종종걸음으로 뛰어가자 




경일은 세미의 등뒤로 다가가서 가녀린 두 어깨를 포근히 감싸 안았다.




“나도...그래..... 나두 세미를 사랑해.......흐흡...”




경일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세미의 눈에는 한 없는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그...그치만..... 나...난......흑...... 오빠의.... 오빠의....여자가 될 수 없지?.....”




“그..그게 무슨 소리야? 내 여자가 될 수 없다니?”




“흐흑... 나 안~ 난.........흑....”




세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가진 것 하나 없고 이젠 부모 형제들도 없는 고아가 되어버린 자신을 알고 있기에...




게다가 자신이 이 곳으로 올 때 웃방애기로 왔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 허영심과 욕심이 가득한 아주머니의 며느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있다.




“세미야.....오빠는 세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아..... 하지만..... 난...”




“괜찮아....오빠.......... 난..... 오빠가 날 좋아 해준 것만으로도 만족해..... 그리고... 내...첫 순결을 흐흣...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게 된 것도 너무 기쁘고...흐흣...”




“아냐....이 바보야.........왜... 그런 약한 생각만 해? 난..... 난 결코 널 버리지 않을꺼야...”




“고..고마워......오 빠~ 후훗..... 나... 나 이제 아..안 울어..... 후훗....봐... 이제 웃잖아...흑...”




경일의 품에 얼굴을 묻은 세미는 웃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눈물은 하염없이 쏟아졌다.








“가자.......오빠.......내 눈 빨갛지 않지? 눈물 흘렸던 표시가 나지 않지?”




흘린 눈물이 마르기를 기다렸던 세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경일의 손을 잡아 일으킨다.




“으응~ 괜찮아......아주 이뻐..... 역시 세미는 웃는 얼굴이 더 예뻐..... ”




“우 히 히~ 빨리 가자.......할아버지가 기다리실텐데..... 후훗...”




“너..... 아직도 그 웃음을? 하 핫.....”




한없이 땅바닥을 치며 통곡해도 시원찮을 세미였지만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웃음을 지어보이자




경일은 그런 세미가 더욱 애처럽게만 느껴진다. 




“오빠......히힛.....아아~ 좋다..... 우 히 히~”






과수원 입구를 들어서자 저 안쪽 집 마당에서 할아버지가 서성이는 모습이 보였다.




“할 아 버 지......... 할 아 버 지~~”




세미는 얼굴에 함빡웃음을 한 채 뛰어갔다.




“어...어...어엇!! 세..세..세 미 야.......아..아니 너어.......왜 벌써 오냐?”




며칠 걸릴 줄 알았던 홍노인은 반가운 기색이 얼굴에 역력히 들어난다.




“우 히 히~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더 못 있겠던데.......히 히~”




“으이~ 녀석.....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몇 년만에 간 집인데..... 허헛...”




홍노인은 품안으로 달려오는 세미를 꼭 껴 안았다.




“후훗..... 할아버지....... 나...많이 보고 싶었지? ”




“으응~ 그래..그래....허 허 허~”




세미를 안은 홍노인의 얼굴은 그렇게 행복해 보일수가 없다.




“어어~ 할아버지........저어...손자는 안보이세요? 아이~”




“오오~ 허 허 헛..... 경일이가... 이번에 수고 많 이 했지? 이리 와...허 허 허...”




“후훗..... 괜찮아요..... 우리 이쁜 세미 더 많이 이뻐해 주세요....후 훗...”




어쩌면 두사람이 같은 외로운 처지라는 것을 느낀 경일은 




할아버지와 세미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근데...너어~ 옷이 왜 이러냐? 왜 이렇게 더러워?”




한동안 정신없이 세미를 끌어 안았던 홍노인은 세미의 몰골을 보며 놀란다.




“으...으응~ 이...이건..... 히힛..... 제가 좀 깔끔하지 못하잖아요......후훗...그래서...”




“뭐어.........어휴~ 이녀석...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 큰 여자가... 옛날 같으면 시집을 갈 나인데....... 오빠 보기에 창피하지도 않아? 허 허 허~”




“히 히 히~ 할아버지...... 나아..... 옷부터 갈아입구..... 샤워 좀 할께요...”




할아버지께 거짓말을 한 세미는 더 이상 있기가 곤란했던지 얼른 말을 돌렸다.




“그래 그래....... 매일 씻던 녀석인데....허 허~ ”




세미는 할아버지와 경일이 오빠를 뒤로하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샤워를 하려고 욕실로 들어가 더럽혀진 옷을 벗은 세미는 




발가벗은 몸으로 거울 앞에서 한동안 자신의 몸을 보았다.




풋사과의 반쪽을 엎어 놓은듯한 몽우리 진 젖가슴과 




하얀 피부에 군살없는 배가 스스로도 예뻐보였다.




비록 경일이 오빠가 물수건으로 닦아주긴 했지만 




아직도 아랫도리의 가랑이 사이에는 불그스름한 순결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세미는 자그마한 손으로 그곳을 살며시 문지르더니 




지난 밤의 기억을 더듬으며 그 엄청난 고통이 따랐던 곳에 손을 가져 가 보았다.




“아앗...... 아후~ 아 따가....흐흣...”




아직도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는지 




그 비밀스러운 샘가에 손이 가자 몹시 따갑고 쓰라렸다.




그러나 겨울에 비친 세미의 얼굴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아이~ 언제까지 아픈거야? 씨잉~”




세미는 한쪽 다리를 들어 발그스름한 조갯살을 거울에 비춰봤다.




여리고 약해 보이는 살들,




그리고 그 아래쪽에 살짝 찢겨져 보이는 자그마한 옹달샘이 눈에 들어온다.




“흐흠~ 아우~ 흣..... 후훗...”




시큼한 냄새와 더불어 비릿한 것이 몹시 역겨웠지만




그것이 경일이 오빠의 냄새라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




샤워기를 틀어 놓고 씻겨 내려가는 것 조차 아쉬운 세미,




그러나 세미는 새로운 내일을 기약하며 몸을 씻기 시작했다.




“오홋!! 역시 세미는 모든게 다 어울려.....하 하~”




샤워를 마친 세미가 추레닝 차림으로 욕실을 나오자 




경일은 크게 웃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 히 히~ 오빠....... 할아버지는?”




“으응~ 할아버지가 몸이 좀 안 좋으신가 봐.....감긴가?”




“뭐어.......할아버지가?”




세미는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 듯 했다.




“요즘에 들어서 자주 몸이 안 좋다는 소리를 하시던데....어디...”




말리던 머리를 비벼가며 세미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할아버지....”




“오 오~ 세미구나.......허 허~ 목욕은 다 했어?”




“으응~ 근데 어디가 그렇게 편찮으세요?”




“아냐........ 오늘 좀 무리를 했더니....허 허~ 좀 쉬면 괜찮아 질꺼야....”




“에이~ 내가 무리하지 말랬잖아....... 치잇..... 할아버진 내 말은 하나도 안들어.....”




“허헛...녀석..... 이제 세미가 옆에 있으니 괜찮아 질꺼야......허 허 허~”




웃방애기라서 그런게 아니다.




홍노인은 세미의 모습을 보면서 힘을 냈고 언제부터인가 세미에게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경일이 니 에미한테 전화 왔더라...빨리 오라고...."




“네에......... 엄마가요? 어휴~ "




"아..아니... 오빠..... 그럼 곧 가야겠네?"




"에이~ 더 있고 싶은데........ 엄만 괜히.......휴우~"




할아버지의 말에 경일이 보다 세미의 얼굴이 더 일그러진다.




“허 허~ 세미가 더 아쉬워 하는 것 같구나...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가 봐?”




“아...아니... 그..그게 아니구........ 아이~ 흐흡........ 오..오빠...그럼 언제 갈꺼야?”




“휴우~ 글쎄..... 오늘은 쉬고 아무래도 내일 쯤....”




이제 겨우 오빠의 마음을 알고 여자로서 한발 다가가려는데 곧바로 헤어져야 하다니...




세미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저녁을 먹은 세미와 경일은 잠시 바람을 쐬겠다고 밖으로 나왔다.




“저...저어~ 오...오빠..... 군대가면....... 자주 못 나오지?”




“으응....... 난 아마 세미가 가장 보고 싶을꺼야.....”




“휴가 나오면 꼭 찾아 올꺼지?”




“그럼.......당연하지.......이렇게 이쁜 세미를 보러 와야지....”




“흑.....흐흑....”




세미는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한 채 경일의 품에 쓰러지듯 안겨버린다.




한참을 흐느끼는 세미의 머리만 조용히 쓸어주던 경일은 




두 손으로 세미의 얼굴을 들어 눈을 마주친다.




“흐으~ 키...키...키스.....해 도 돼? 흐흣...”




“...............”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세미에게 경일은 살며시 얼굴을 가져오자




세미의 두 눈이 살짝 감겨져 버린다.




“흐흡........쪼오~ 옥.....쪼족........”




입술사이를 살짝 밀고 들어오는 경일이 오빠의 혀,




세미는 온몸이 짜리리해 지는 것을 느끼며 혀끝으로 맛을 보듯 살살 움직이며 빨아보았다.




그것은 마치 촉촉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과도 같았으며 




몸과 마음을 다 앗아가 버리는 최음제 같기도 하다.




오빠의 따뜻한 체온도 좋았고 무미한 침도 너무 황홀하다.




세미는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사랑하는 경일이 오빠의 어깨에 손이 올라가 




마치 마술에라도 걸린 사람처럼 오빠의 몸을 더듬어 나갔다.




그리고 세미의 흡인력이 사라질 때 쯤 




이번에는 경일이 오빠가 세미의 혀를 끌어 당기듯 빨아왔다.




비록 입안의 자그마한 한 부분에 불과한 혀지만




세미의 몸은 마치 오빠의 입안으로 모두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그리고 서로의 혀끝이 아려 올 정도가 되자 두사람의 기나긴 키스는 끝이 났다.




“흐흡..... 오...오빠........ 꼭....편지 할꺼지?”




“으음~ 너두......... ”




“흐으~ 기...기다릴꺼야........ 얼마가 되던간에.....”




세미와 경일은 한동안 끌어 안은 채 말없는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다.






“허헛..... 아..아니.......쟤...쟤들이!!!”




아이들이 돌아오자 몸이 불편 했던 홍노인이 




잠시라도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바깥으로 나오자




눈을 의심할 정도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흐흡.......그..그럼....호..혹시...?”




홍노인은 아이들을 부르려다가 주춤하며 다시 방으로 발길을 되돌렸다.




“흐으~ 이 녀석들이 혹시 어제?? 어 휴~ 아닐꺼야...그럴 리가 없어... 세미는 어제 자기 집에서 가족들이랑 잤으니까... 그렇지만.......”




홍노인은 머릿속이 복작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으로서는 경일이와 세미가 잘 맺어 지는 것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그것이 곧 불행을 초래한다는 것을 누구보다가도 잘 알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인가 점점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보니 




이제 자신의 생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 홍노인은 




남은 순간 순간을 지켜주고 있는 세미가 친 손녀나 다름 없다.




그런 세미의 눈에 더 이상의 눈물은 자신의 눈물이나 다를바 없다.




“할아버지.......혼자 심심했지? 히 히~”




그 순간 방문이 열리면서 세미가 너스레를 떨며 들어왔다.




“오오~ 어..어딜 다녀 오는게냐? 할애비 혼자 놔두고...”




“저어~ 배가 불러서 잠시 걸었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경일과 세미,




그들을 지켜 보고 있는 홍노인의 마음은 왜 이리 불안해 지는걸까?








-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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